빌리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삶을 손상시키는 만성통증을 앓고 있었다. 미국에서만 1년에 1억 명 이상이 만성통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놈 실리는 1971년 포괄적인 통증 관리 클리닉을 최초로 설립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흔한 증상이 통증이지만, 그것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통증에 관해 우리가 이해했던 점이라면, 신체는 매우 제한적인 목록이라는 점뿐이다. 여러 가지 통증의 변주곡이 있지만 그렇게 커다란 차이는 없다.
밝은 빛을 눈에 비추면 통증을 느낀다. 막대기로 찔러도 통증을 느낀다. 감정을 상하게 해도 통증을 느낀다. 경험은 다양하지만, 매우 다른 상황에서도 신체가 보이는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모두 통증이라는 범주 안에서 인식하는 것이다.
뇌는 신체적 통증보다 감정적인 고통을 더 빨리 인식한다. 만약 사랑하는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죽었다면 신경계는 즉각 반응한다.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코르티솔이 혈류로 몰려들면서 심장 감각기를 조이며, 혈당이 증가하고 근육을 긴장시켜 동작을 촉발시킨다. 심장에 느껴지는 고통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느끼는 통증이다.
날카로운 통증이 발생하면 뇌의 관심을 끌기 위해 훨씬 많은 작용이 일어난다. 만약 칼로 손을 베었다고 한다면 피부 세포들은 즉각적으로 손상을 입는다. 그러나 그것을 느끼려면 신체는 뇌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일련의 연속 반응을 보내야만 한다.
우선 피부세포들은 세로토닌, 히스타민, 물질 P 그리고 프로스타글란딘 등의 움직이는 화학적 전령들을 방출해서 특화된 신경 말단에 신호를 전달한다.
신경 말단은 재빠르게 그것을 척수에 옮겨준다. 메시지는 뇌간으로 달려가 시상과 뇌의 상부을 경계시킨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지난 후에 비로소 비명을 내지를 수 있게 된다.
만성적인 통증이 있으면 신체는 피드백의 고리에 갇혀 꼼짝 못하는 상태가 되는 듯 보인다. 등이 뒤틀려 근육 세포에 손상을 입었다면 등이 치유되어 외상 수용기의 활동이 잦아들 때까지 몇 주 동안 통증을 느낄것이다. 그러나 다음 달 어느 날엔가 문의 손잡이를 잡으려고 몸을 돌린 순간, 한 줄기 강한 통증이 등을 타고 오른다. 이후 부터는 통증이 확 타오르면 그저 의자에 주저앉는 수밖에 없다. 다쳤던 곳을 다시 다치건 아니건, 등의 통증은 만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