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가 의사들 사이를 전전하며 통증을 가라앉힐 치료법을 찾고 있는 동안, 의료법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들은 그것을 막 이해하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였다.
만성통증이 발생하면 신경계의 화학 신호 전달 과정에서 몇 가지 복잡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어떤 변화가 진행 중이건 조직 손상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조차도 만성통증을 유발시킨다. 원래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인데도 말이다. 화학적 신호들이 불발된 것일까? 만성통증은 실제로 뇌 화학 작용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일까? 혼란스럽기만 했다.
알다시피 성인의 뇌는 변할 수 없다. 이는 1990년대 초반 뇌에 관해 밝혀진 여러 사실 중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예일 대학 신경학부 의장 파스코 라킥은 그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25년 전부터 연구를 해왔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말초 신경계에서 뇌로 움직일 때의 기능적인 변화가 일어나면서 통증은 만성이 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세계의 주요 연구 시설에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보가 항상 이치에 맞는 것은 아니었다. 부상의 결과로 갑자기 극심한 통증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부러진 뼈가 붙거나 상처가 꿰매지면 통증은 이해할 만하고 치료는 효과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만성통증은 규정하기 힘들고 복잡했다.반사성 교감신경 이영양증 같은 극단적인 상황 외에도, 만성통증은 어떤 특정한 부상 없이도 발생해서 시간이 흐르며 지속되다가 표준적인 의학 치료로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다. 우리는 관절염, 편두통, 당뇨병, 암, 좌골신경통, 섬유근육통 같이 만성통증과 연관된 많은 질환들을 알아냈다.
우리는 또한 우울증과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처럼 만성통증과 연관된 높은 빈도의 정신 의학 질환을 살펴왔다. 심지어 그들 질환에 대한 다양한 치료법도 개발시켜왔지만, 성공률이 너무 한정적이어서 의사와 환자 둘 다 병의 차도가 아니라 임시 처방을 기대할 뿐이었다. 가장 명백한 질문들이 대답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러한 질환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극심한 통증이 만성이 될 때 어떤 메커니즘이 작용하는 것일까?
요점은 만성통증이 무엇인지 우리가 정마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따라서 만성통증에 대한 정의는 모호할 수밖에 없다.
국제 통증 연구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Pain는 모든 가능성을 망라해서 만성통증을 사실상의 혹은 잠재적인 조직 손상과 연관된 ‘불쾌한 감각’이라고 정의했다.